
수면 보조제로 널리 사용되는 멜라토닌이 장기 복용 시 심장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연구진은 불면증 환자 13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년 이상 멜라토닌을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심부전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멜라토닌, 단순한 수면 호르몬이 아니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어 수면과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어둠이 찾아오면 분비가 증가해 몸을 잠에 들게 하지만, 낮 동안에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이런 생리적 리듬 덕분에 사람들은 밤에 자연스럽게 졸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인공 조명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늘면서 많은 이들이 수면의 리듬을 잃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멜라토닌 보조제를 찾기 시작했다.
불면증 완화를 위한 복용, 어느새 일상이 되다

멜라토닌은 일반 의약품보다 접근이 쉽고, ‘천연 호르몬’이라는 인식 덕분에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다. 해외에서는 약국은 물론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의사 처방 없이 장기간 복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문가들은 그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특히 수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매일 복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습관성 복용’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미국 연구팀, 13만 명 데이터 분석으로 위험성 경고

뉴욕 주립대 다운스테이트 메디컬 센터 연구진은 5년에 걸쳐 불면증 환자 13만여 명의 전자 의무기록을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멜라토닌을 1년 이상 꾸준히 복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부전으로 입원할 확률이 3.5배 높았다. 또 모든 원인을 포함한 사망률 역시 약 2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과관계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상관성은 분명
이번 연구는 멜라토닌이 직접적으로 심부전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 복용자 집단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멜라토닌이 비교적 안전한 보조제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장기 복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보조제, 의사 지도 없이 장기 복용 금물”

미국심장협회(AHA) 과학 성명 작성위원회 위원장인 마리-피에르 세인트-온지(컬럼비아대 교수)는 “의사 처방 없이 멜라토닌을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면 개선 효과가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체내 호르몬 균형을 고려한 복용 지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멜라토닌의 장기 복용, 왜 심장에 영향을 줄까
전문가들은 멜라토닌이 단순히 수면만 조절하는 호르몬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호르몬은 혈압, 염증 반응, 산화 스트레스 조절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장기간 보충하면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멜라토닌이 교감신경 활동을 억제해 심장 박동수를 변화시키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보조제 의존 대신 수면 위생 개선이 해법

전문가들은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멜라토닌에 의존하기보다는 생활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유지, 취침 전 전자기기 사용 제한, 카페인 섭취 조절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장기적인 불면이 지속된다면, 의사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자연스러운 잠’으로 돌아가야 할 때
이번 연구는 멜라토닌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 복용 시 신체 리듬과 심혈관계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자연스러운 수면 회복이야말로 최선의 치료”라고 강조한다. 결국 수면제나 보조제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일상 속 수면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