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자로(SMR)와 마이크로모듈원자로(MMR)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샘 올트먼까지 뛰어든 가운데, 원전 관련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글로벌 에너지 산업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소형원전(SMR)과 마이크로원전(MMR)을 둘러싼 투자 열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소하고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던 기술이지만, 최근 1년 사이 분위기가 크게 반전됐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오픈AI CEO 샘 올트먼까지 이들 사업에 뛰어들며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전력회사 퍼시픽콥은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가 설계한 SMR 5기를 2033년까지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퍼시픽콥과 SMR 사업에 참여 중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는 모두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다. 이에 따라 소형원전 기술이 단순한 실험적 접근을 넘어 실제 시장에 투입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SMR 대표기업 뉴스케일파워의 주가는 1년 사이 5배 가까이 상승했다.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있다. SMR은 설치 면적이 작고 냉각수가 적게 들며, 부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어 송전선로가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전력 집약적인 데이터센터와의 궁합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운영비와 건설비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아마존,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은 이를 부담할 만한 자금을 갖고 있다. 이들 4개 기업이 2025년 데이터센터 구축에만 243조 원(178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인 만큼, 향후 소형원전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MMR 분야의 성장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마이크로 원자로 개발 기업 ‘오클로’에 투자했다. 오클로는 기존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해 발전에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 2024년 7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및 아이다호국립연구소와 함께 해당 공정의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MMR은 출력 10MWe 이하로, 광산·군사기지·오지 등 독립 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설비다. 미국의 USNC와 나노 뉴클리어 에너지도 이동형 마이크로 원자로 개발에 뛰어들며 상용화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나노 뉴클리어는 대형 트럭에 탑재 가능한 모듈형 원자로 ‘ZEUS’를 개발 중이며,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기술 진척이 빠른 편이다.

오클로의 주가는 6달러 수준에서 시작해 48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핵연료 재활용이라는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기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새로운 발전 자원으로 전환하는 MMR의 개념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지하에 영구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던 사용후 핵연료가, 이제는 ‘재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통적인 대형 원전의 부활 조짐도 보인다. 미국은 총 94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46년간 신설된 원전은 단 2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50년까지 원전용량을 400GW로 확대하겠다는 행정명령 4건에 서명하면서, 대형 원전의 재건설 움직임이 시작됐다. 현재 미국 원전 용량은 97GW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300기 이상의 원전을 새로 지어야 한다.

행정명령은 ▲원전 승인 절차 간소화 ▲실험용 원자로 규제 완화 ▲규제기관 개편 ▲산업 투자 확대 등으로 구성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규 원전 승인을 18개월 내 완료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2050년까지 300GW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정권을 막론한 원전 확대 기조가 읽힌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만의 흐름이 아니다. 벨기에는 22년 만에 탈원전 법안을 철회했고, 스위스·스웨덴·이탈리아·덴마크·크로아티아 등 유럽 각국도 신규 원전 건설을 허용하거나 SMR 도입을 검토 중이다. 원전 산업 전반에 걸친 글로벌 부흥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원전 건설 역량을 보유한 기업은 웨스팅하우스 정도로, 47년 간의 공백으로 인해 숙련된 인력과 협력업체가 급감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은 노후화된 인프라 복구와 인력 재배치 등 후속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경쟁에서 앞서 있는 국가는 프랑스를 제외하면 거의 없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권 시장에서 제한을 받는 중이다.

미국 국방부도 움직였다. SMR과 MMR을 군사 기지 및 시설 전력망에 활용하는 프로그램 구상을 육군에 지시했다. 에너지 독립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소형원전이 군 분야에서도 실질적 수요를 얻고 있는 셈이다.
소형원전의 기술적 가능성은 이미 투자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자금이 몰리는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미래 에너지 구조 재편에 대한 예고일 수 있다. SMR과 MMR 모두, 이제는 ‘가능성’보다는 ‘현실’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봄을 기점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원전 섹터는 조선·방산과 함께 한국 시장에서도 주요 테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늦었다고 느껴진다면, ‘우라늄’ 투자’가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