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5가 신진시장 인근에 자리한 ‘하영슈퍼’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가맥집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슈퍼마켓과 주점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공간은 퇴근길 막차 전 가볍게 들러 일상의 긴장을 풀기에 알맞은 장소로, 도심 속 향수를 자극하며 새로운 문화적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1. 종로5가 골목, 서울의 가맥 문화가 이어지다

서울 도심에서 옛날식 슈퍼마켓 간판을 유지한 채 운영되는 가게는 많지 않다. 종로5가 신진시장 인근의 ‘하영슈퍼’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1980년대 전주에서 시작된 ‘가맥’—즉,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는 문화—를 서울에 맞게 계승한 사례다. 서울형 가맥집들은 대체로 을지로나 충무로, 종로 일대의 오래된 상권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2. 가맥집의 기원, 전주에서 시작된 생활맥주의 문화

‘가맥’이라는 용어는 ‘가게 맥주’의 줄임말이다. 전주의 노포 슈퍼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별도의 주점 시설 없이도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판매하며,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후 서울로 확산되며, 도심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소규모 주점이 생겨났다. 하영슈퍼는 그중에서도 초기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슈퍼에서 술집으로, 하영슈퍼의 독특한 공간 구성

하영슈퍼의 외관은 평범한 슈퍼마켓과 다르지 않다. 진열대에는 라면, 과자, 통조림, 그리고 보름달 빵 같은 간식류가 놓여 있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매대 한켠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가 등장한다. 슈퍼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소규모 주점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서울의 다른 식음업소들이 인테리어에 집중하는 반면, 하영슈퍼는 생활공간 그 자체가 술자리가 되는 형태를 택하고 있다.
4. 메뉴는 단순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위로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출하다. 계란후라이, 스팸구이, 컵라면 등이다.
계란후라이는 한 개당 1,000원, 스팸구이는 양배추 샐러드와 케첩이 곁들여진다.
특별한 조리법은 없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맛이라는 점에서 손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라면은 간단하지만 속을 달래기 좋고, 추운 밤 막차 전 한 그릇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하다.

자세히 보니 ‘서울짜장라면 달인의 집’이기도 했다. 역시 뭔가 맛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곳은 맞는 것 같다.
5. 교통과 이용 팁, 종로5가역 도보 5분 거리
하영슈퍼는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다.
신진시장 골목 내부에 위치해 차량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이 적합하다.
매장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며, 내부 좌석 외에도 비닐로 막은 외부 공간이 있어 겨울철에도 이용 가능하다.
포장과 단체 이용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손님은 현장에서 간단히 한잔을 즐긴 뒤 떠난다.
6. 손님이 만든 풍경, 도심 속 공동체의 작은 장면

하영슈퍼를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인근 상인, 직장인, 대학생 등 세대와 직종을 불문하고 모인다.
특히 늦은 밤 막차 전, 짧은 대화를 나누며 한잔을 하는 풍경이 이 공간의 일상적 장면이다.
화려한 조명이나 음악 없이도 손님 간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도시 속 작은 쉼표 같은 역할을 한다.
7. 서울의 가맥집, 단순한 유행이 아닌 기억의 공간

최근 복고풍 인테리어를 내세운 주점들이 늘고 있지만, 하영슈퍼는 상업적 연출이 아닌 ‘생활의 흔적’을 보여주는 장소로 평가된다.
서울에서 점점 사라지는 소규모 동네 술집의 정서를 간직하고 있으며, 가맥 문화의 본래 의미인 ‘일상 속 한잔의 여유’를 이어간다.
도심 속 변화가 빠른 시대에도 이 같은 공간은 도시의 기억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8. 마무리, 서울에서 만나는 전주의 감성
하영슈퍼는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퇴근 후의 작은 쉼터이자, 누군가에게는 추억 속 시간으로 이어지는 장소다.
가맥 문화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생활의 풍경’으로 자리한 지금, 종로5가의 하영슈퍼는 서울 속 가장 현실적인 복고를 보여준다.